작성일 : 11-07-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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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Thomas
 조회 : 7,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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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여름휴가로 북새통입니다. 어려운 시절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여름휴가는 한낱 사치스러운 언어의 유희에 불과했으나 어느덧 우리 살림살이도 1가구 1차량의 시대에 들어서고 보니 이제 휴가는 더 이상 여유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시골에서 농사짓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지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휴가를 즐기려하니 여름철이 되면 어디를 가나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사람들 머리만 잔뜩 보일 뿐입니다.
공항의 출국장도, 기차역의 대합실도, 고속버스의 터미널도 모두가 휴가 가는 사람들로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시킬 만큼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고속도로에는 승용차와 화물차가 뒤엉켜 난리통이고 계곡에도 사람이 파도처럼 넘실거립니다.
해변이나 유원지 또는 이름깨나 알려진 계곡은 말할 것도 없고 산속에도 사람들로 가득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도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디 흐르는 물에 발이라도 담글 수 있는 자리가 있거나 돗자리 하나 겨우 펼만한 그늘만 있어도 벌써 누군가 임자가 있어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산과 강 바다 그리고 물길이 있거나 그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고 말할 것도 없이 여름내내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마 여름에 휴가를 가는 것은 봄가을은 농경 사회에는 가장 바쁜 파종과 수확의 계절이라서 전 국민의 약 70퍼센트 가량이 농민이었던 시절 정서상으로나 또 자녀들이 학기 중이라서 여름휴가가 시작되지 않았나 하고 추정하여 봅니다.
여름은 겨울 처럼 춥거나 낙엽이 져서 을씨년스럽지도 않고 또 없는 사람들이 겨울에 휴가를 가는 것보다 폭염의 여름이 제격이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름이야말로 농한기이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방학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땅과 물만 몸살을 앓는 것이 아닙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회사의 업무도 반은 마비되거나 아니면 연약지반을 통과하는 고속열차처럼 모든 업무가 지지부진 느린 진행 속도로 몸살을 앓습니다. 담당자가 휴가 중이거나 또는 결제라인에 있는 누군가가 휴가 중이기 때문입니다.
여름들 휴가로 몸살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을 아닙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유럽의 경우는 바캉스의 원조 나라답게 우리보다 훨씬 심합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아예 휴가철 한 달 동안 회사의 문을 닫는 회사도 많습니다.
파리 같은 도시는 여름 휴가철이면 도시 자체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모두들 휴가를 갑니다. 그래서 반려 동물 중 주인과 함께 휴가를 가지 못한 유기견과 고양이들이 거리에 넘쳐난다고 합니다.
유럽의 남쪽으로 휴양지가 몰려있는 스페인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휴가철이 되면 차량이 홍수를 이룹니다. 독일의 오토반이라는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는 휴가철이 되면 화물차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넘쳐나는 차량 행렬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고육지책이기도 하지요.
스페인으로 가는 고속도로의 광경은 얼마 전 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아직 도로 사정이 별로이던 시절의 우리나라의 명절 풍속과 유사합니다. 차량이 너무나 밀리니 가다가 차를 갓길 주차하거나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아예 돗자리나 텐트치고 느긋하게 쉬엄쉬엄 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휴가라기보다는 차라리 전쟁에 가깝습니다. 아니 피난민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가철 단기간의 집중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도 네덜란드처럼 휴가를 각자의 계획에 따라서 연중 사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휴가라고 따로 줄 것도 없이 지금은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개인이 전적으로 자유 의사에 따라 사용하기 힘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명목상의 년/월차 같은 휴가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 보완하여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여 지금의 휴가와 대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성수기란 이름의 항공료 바가지도 하루 밤을 자는데 30만원씩이나 주어도 방이 없는 불편함이나 비위생적인 음식을 비싼 값을 치르는 일이나 물 반 사람 반의 해변에서의 수선스러움도 다소는 해소하고 좀 더 편안하고 저렴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단기간의 벼락치기 휴가 보다는 오랫동안 계획한 여행을 통하여 나름대로 재충전도 할 수 있고 쫓기는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그야말로 휴가의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정착은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노'와 '사'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용주는 근로자들의 실질적 휴일을 완전한 개인의 의사에 따라서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면 됩니다.
반면 근로자들은 명목상의 년/월차를 대폭 줄이거나 지금의 여름 휴가와 명절 휴가를 실제 본인들이 마음 놓고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통합 조정하는 양보를 하면 되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휴가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먹지 못하는 과일과 가지지 못하는 꽃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다는 좀 모자라는 듯하지만 내 수중에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 가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일부라도 가질 수 있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만의 독선이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2011. 07. 29
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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