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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6-16 13:18

고엽제

글쓴이 : Thomas

전쟁이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이겨야 한다는 목표에만 집중하면 되는
게임입니다.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전개 과정 역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직 승자만이 땅도 사람도 아니 전쟁의 정당성과 역사마저 독식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싸우다가 지면 죽고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전쟁은
그래서 과정의 정당성을 적어도 전쟁중에는 따지기가 곤란한 것 입니다.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고 상대의 역사를 멈추게 하지 못하면
나의 역사가 정지하는 전쟁,
이기면 명분도 있고 미래도 있지만 지고 나면
모두가 흠집 투성이고 잘못한 것만 보이는 전쟁,
그래서 과정이나 수단에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이런 전쟁을 통해서 인류는 참혹한 살상 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하였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 개발은 진행 중에 있습니다.
크게는 원자탄이니 수소폭탄은 물론이고 작게는 접속탄과 화염방사기
그리고 고엽제와 같은 인명 대량 살상용 무기와 환경 재앙을 불러오는
가공할 만한 무기들을 꺼리낌 없이 개발하였습니다.

고엽제에 관한 한, 한동안 잠잠하던 문제가 과거 주한 미군으로 군무한 경력이 있는 한
초로의 사내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캠프 내에서 고엽제 무단 폐기사실을 고백하면서
다시 크게 불거졌습니다. 전쟁이 만든 최악의 환경 재앙품인 고엽제의 무단 폐기는
한미 양국이 모두 긴장하고 주시하여야 할 만큼 파괴력 있는 잇슈로 화려하게(?)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친 베트남 전쟁에서
화염방사기로도 잘 타지 않고, 타더라도 금방 무성해지는 열대의 정글 속에 숨어있는 적을
상대로 작전을 하는데 밀림은 곧 상대의 전쟁 무기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울창한 밀림을 제거하여 적의 은신처를 노출시켜야 비로소 작전이 가능하므로
자연 숲을 고사시키는 고엽제의 개발이 필요했고, 마침내 이를 듀퐁이 개발하고
국방부가 작전에 사용한 고엽제, 그 고엽제가 지금 피아는 물론이고 사람과
식물 마저도 구별 못 하고 무차별 주변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열대식물의 왕성한 생명력 마저 끊어버리는 고엽제의 무서운 독성을
개발자나 미국방부 당국이 모를 리 없었겠지만,
전쟁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이기기 위해 사용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맹독성이 고엽제를 취급한 수천 수만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의 자연과 후손에게 까지 기형아 출산이나 이름모를 유전적 후유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을 때 우리 모두는 전쟁의 참혹함에
다시 한 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맹독성 고엽제가 밝혀진 것 만해도 다량이 한반도에 유입되어 일부는
남북한이 냉전 상태로 대치하던 당시 군사분계선 지역 어디에선가 살포되었고
일부라고는 하나 엄청난 양의 남은 고엽제가 환경영향 평가 한번 없이 부대 내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의 나라라는 미군이 주둔하는 부대 내에서 불법으로 매립되었다니
이들의 무지함에 다시 한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용기있는 미국 시민의 고백을 통해 부대 내 고엽제 불법 매립 사실이 밝혀진
이상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미 당국이 힘과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망가진 토양이나 오염된 지하수가 있다면 시일이 걸리더라도 원형대로 복원하여야
할 것이고 고엽제의 독성에 의해 인근주민들의 피해가 있다면 성의있는 조치와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 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사 담당자와 양국의 정부 당국자들이 정직하여야
한다는 것 입니다. 진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내 놓고서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정직성과 성실성이 담보되어야 한 다는 것 입니다.

산 법